트럼프의 그린란드 발언으로 흔들리는 덴마크-미국 동맹관계, 52명의 희생이 무색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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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 아프간·이라크 전쟁에서 52명의 병사를 잃은 덴마크, 트럼프의 그린란드 매입 발언에 동맹 가치 회의
  • NATO 회원국 중 인구 대비 최다 병력 파병한 덴마크, 미국과의 70년 혈맹 관계 위기
  • 그린란드를 둘러싼 미·중·러 각축전 속 덴마크의 전략적 딜레마 심화

“우리는 미국과 함께 싸웠고, 우리의 젊은이들이 목숨을 바쳤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우리 영토를 사겠다고요?”

덴마크 코펜하겐의 한 참전용사 기념관 앞에서 만난 퇴역군인 라스 안데르센(65)씨의 목소리에는 깊은 상실감이 묻어났습니다. 그의 아들은 2009년 아프가니스탄 헬만드 주에서 전사한 덴마크군 장병 중 한 명이었습니다.

지난 20년간 덴마크는 미국의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 중 하나였습니다. 인구 580만 명의 작은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9/11 테러 이후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죠. NATO 회원국 중에서도 인구 대비 가장 많은 병력을 파견했고, 그 과정에서 52명의 귀중한 생명을 잃었습니다.

1. 흔들리는 70년 혈맹 관계

덴마크와 미국의 동맹 관계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70년 넘게 이어져 왔습니다. 냉전 시기에는 소련의 위협에 맞서 함께 싸웠고, 21세기에 들어서는 테러와의 전쟁에서 어깨를 나란히 했습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그린란드 매입 발언은 이 오랜 동맹 관계에 깊은 상처를 남겼습니다. 2019년 트럼프는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큰 부동산 거래”라며 매입 의사를 밝혔고,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가 이를 “터무니없는 제안”이라고 거절하자 예정되어 있던 덴마크 방문을 전격 취소했죠.

코펜하겐대학교의 마틴 마커센 국제정치학 교수는 “트럼프의 발언은 동맹의 기본 가치인 상호 존중과 신뢰를 훼손했다”며 “특히 젊은 덴마크인들 사이에서 미국에 대한 신뢰도가 급격히 하락했다”고 설명합니다.

2. 전략적 요충지 그린란드를 둘러싼 각축전

그린란드는 단순한 얼음덩어리가 아닙니다. 세계 최대의 섬인 그린란드는 희토류 등 풍부한 광물자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북극항로의 전략적 요충지입니다.

최근 중국과 러시아가 북극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그린란드의 전략적 가치는 더욱 높아지고 있습니다. 중국은 이미 그린란드에서 희토류 채굴권을 확보하려 시도하고 있으며, 러시아는 북극해에서 군사력을 강화하고 있죠.

덴마크 국방연구소의 크리스티안 베른센 연구원은 “그린란드는 미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 조기경보 시스템이 설치된 툴레 공군기지가 있는 곳”이라며 “미국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걸린 지역이지만, 이를 매입하겠다는 발상은 19세기적 제국주의적 사고방식”이라고 지적합니다.

3. 덴마크의 전략적 딜레마

현재 덴마크는 깊은 전략적 딜레마에 빠져있습니다. 한편으로는 미국과의 전통적인 동맹관계를 유지해야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자국의 주권과 영토를 지켜야 하는 상황입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의 안보 환경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미국의 안보 우산이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그러나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이 될 경우 NATO 동맹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죠.

덴마크 국회 외교위원회의 소피 안데르센 의원은 “우리는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중시하지만, 동시에 우리의 주권도 존중받아야 한다”며 “동맹이란 상호 존중과 신뢰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4. 변화하는 국제질서 속 새로운 도전

최근 국제질서가 급격히 재편되면서 덴마크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미중 전략경쟁이 심화되고 러시아의 위협이 증가하는 가운데, 덴마크는 보다 독자적인 안보전략을 모색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습니다.

덴마크 정부는 최근 국방예산을 GDP의 2%까지 증액하기로 결정했으며, 유럽연합 내에서의 안보협력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또한 북유럽 국가들과의 방위협력도 확대하고 있죠.

FAQ

Q: 덴마크가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완전히 재검토할 가능성이 있나요?
A: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낮습니다. 러시아의 위협과 지정학적 현실을 고려할 때, 미국과의 동맹은 여전히 덴마크 안보의 핵심축입니다.

Q: 그린란드의 독립 움직임은 어떤가요?
A: 그린란드는 현재 덴마크령이지만 광범위한 자치권을 가지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독립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다만 경제적 자립이 과제로 남아있습니다.

Q: 덴마크의 대중국 정책은 어떻게 되나요?
A: 덴마크는 중국의 북극 진출을 경계하면서도, 경제적 관계는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안보 우려로 인해 중국 기업의 그린란드 투자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이제 덴마크는 새로운 선택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52명의 장병이 목숨을 바쳐 지켜온 동맹관계를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 것인지, 그리고 변화하는 국제질서 속에서 어떻게 자국의 이익을 지켜낼 것인지가 중요한 과제로 남아있습니다.

라스 안데르센씨는 말합니다. “우리는 여전히 미국을 믿고 싶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단순한 믿음을 넘어, 상호 존중에 기반한 새로운 동맹관계를 만들어가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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